조선 후기 · 한문 단편

광문자전廣文者傳

거적 한 장으로 죽은 아이를 묻어 준 광문. 사람들의 믿음을 얻어 가는 본편과, 커진 명성이 불러온 후일담을 함께 읽습니다.

종로에서 구걸하던 광문은 여러 차례 의심받지만 자신이 맡은 일을 이어 갑니다. 작은 행동에서 시작한 신뢰가 온 도시에 퍼지고, 뒤에 덧붙인 이야기에서는 그 명성이 뜻밖의 위험을 부릅니다. 이 읽기에는 제공된 원문에 함께 실린 후일담까지 포함했습니다.

박지원 · 연암집 권8약 10분보통
신뢰명성도시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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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코리안 쉽게 읽는 고전

광문자전

한문 원작을 바탕으로 AI의 도움을 받아 새로 구성한 이야기입니다. 공식 번역이나 문장별 대역이 아니며, 원문의 세부 표현은 한문 원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광문은 종로 장터를 다니며 구걸하던 사람이었다. 함께 지내던 아이들은 그를 우두머리로 삼고 거처를 지키게 했다. 몹시 춥고 눈비가 내리던 날, 아이들이 먹을 것을 얻으러 나갔지만 병든 아이 하나는 남았다. 앓는 소리가 가엾게 들려 광문도 직접 먹을 것을 구하러 나섰다. 그러나 돌아왔을 때 아이는 이미 죽어 있었다. 다른 아이들은 사정을 모르고 광문이 죽였다고 의심하여 때리고 쫓아냈다.

광문은 밤중에 마을의 한 집으로 몸을 피했다가 도둑으로 붙잡혔다. 그는 원수를 피해서 들어왔을 뿐이라고 서툴지만 꾸밈없이 설명했다. 집주인은 도둑 같지 않다고 생각해 새벽에 풀어 주었다. 광문은 떠나며 낡은 거적 하나를 얻었다. 이상하게 여긴 주인이 뒤를 따라가 보니, 아이들이 수표교 아래로 버린 시신을 광문이 거적으로 싸고 있었다. 그는 시신을 서쪽 교외로 지고 가 묻어 주며 울었다. 주인이 내력을 묻자 그제야 앞서 있었던 일을 모두 말했다.

주인은 광문의 마음을 좋게 여겨 집으로 데려가 옷을 주고 잘 대접했다. 이어 부유한 약방 주인에게 그를 추천하여 일할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한동안 지난 뒤 약방에서 돈이 없어졌다. 주인은 밖으로 나가다 돌아와 자물쇠를 살피고, 광문에게 무슨 말을 하려다가 그만두기를 거듭했다. 광문은 까닭을 알지 못한 채 말없이 지냈다. 며칠 뒤 주인의 처조카가 찾아와, 주인이 없어 자신이 먼저 가져갔던 돈을 돌려주었다.

의심이 잘못되었음을 안 약방 주인은 크게 부끄러워하며 사과했다. 그러고는 아는 사람마다 광문의 사람됨을 알렸다. 이야기는 상인들에서 높은 집안의 손님과 벼슬아치들의 주변으로 옮겨 갔고, 몇 달 사이 서울에 널리 퍼졌다. 광문의 믿음은 거래에서도 힘을 얻었다. 보통 돈을 빌리려면 물건이나 문서를 맡겨야 했지만, 광문이 보증하면 그런 담보를 따지지 않을 만큼 그의 말을 믿게 되었다.

광문은 꾸민 말로 사람을 사로잡는 인물이 아니었다. 생김새를 두고 놀림받기도 했고 헌 옷을 입고 다녔지만, 다툼을 웃음으로 바꾸는 재주가 있었다. 싸우는 사람을 만나면 자신도 옷을 벗고 끼어들어, 말 대신 몸짓과 땅에 그은 선으로 시비를 가리는 시늉을 했다. 사람들이 웃고 싸우던 이들까지 웃으면 다툼은 풀렸다. 마흔이 넘어서도 혼인하지 않은 그에게 장가를 권하자, 아름다운 얼굴을 좋아하는 것은 여자도 마찬가지라며 자기 모습을 돌아보았다. 집을 마련하라는 말에는 낮에는 장터를 다니고 밤에는 사람들 집에 머물 수 있으니 서두를 까닭이 없다고 했다.

한번은 이름난 기생 운심의 집에 여러 사람이 모여 노래와 춤을 청했지만, 운심이 좀처럼 응하지 않았다. 광문은 밤에 그곳을 찾아와 낡은 차림 그대로 자리에 앉았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못마땅해했으나 그는 개의치 않고 무릎을 치며 가락을 맞추고 콧노래를 불렀다. 그러자 운심이 일어나 옷을 갈아입고 칼춤을 추었다. 좌중은 함께 즐거워했고, 사람들은 광문과 벗을 맺고 헤어졌다. 본편은 이렇게 그의 사람됨이 다른 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장면으로 끝난다.

뒤에 덧붙인 이야기에서 박지원은 젊어 병을 앓을 때 사람들이 들려준 광문의 일화를 글로 쓰게 되었다고 밝힌다. 그 무렵 광문은 남쪽 여러 고을을 돌아다니며 이름을 얻었고, 오랫동안 서울로 돌아오지 않았다. 어느 절에서 스님들이 광문을 칭찬하는 말을 들은 거지아이가 자신이 광문의 아들이라고 거짓말했다. 스님들은 광문을 생각하여 아이를 훨씬 정성껏 대접했다. 그 고장에서는 한 사람이 몰래 역모를 꾸미고 있었다. 그는 이 일을 보고 광문의 명성을 이용해 사람들을 속여 끌어들이려 했다. 아이에게 자신을 작은아버지라 부르게 하고, 자신도 광문의 동생이라고 나섰다.

그러나 평생 홀로 지낸 광문에게 갑자기 장성한 아들과 동생이 생겼다는 말을 수상히 여긴 이가 있었다. 일이 관청에 알려져 광문까지 함께 붙잡혔다. 서로 얼굴을 맞대고 조사하자 애초에 모르는 사이임이 드러났다. 일을 꾸민 사람은 죽임을 당하고 아이는 귀양을 갔으며, 광문은 풀려났다. 서울에서는 그를 보려고 사람들이 몰려나와 며칠 동안 장터가 빌 정도였다. 스스로 명성을 구하지 않았던 사람에게 그 이름 때문에 위기가 닥쳤던 것이다.

오랜 세월 뒤에 만난 사람들과 광문은 지난날의 일을 주고받았다. 예전에 알던 이들은 세상을 떠나거나 높은 자리에 올랐고, 새로 이름난 사람들도 있었다. 한때 큰 부자였던 표철주는 이제 가난하여 집을 중개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가 이제야 세상 인심을 알게 되었다고 하자, 광문은 목수 일을 배울 무렵에 눈이 어두워진 셈이라는 익살로 답했다. 광문의 몸도 늙었지만 사람을 보는 눈과 말의 재치는 남아 있었다. 그 뒤 그가 어디로 갔는지는 전해지지 않는다.

끝
낯선 말 풀이 5개
걸인
다른 사람에게 먹을 것이나 재물을 얻어 생활하는 사람을 가리키던 말.
거적
짚 등을 엮어 만든 자리. 작품에서는 죽은 아이의 몸을 싸는 데 쓰입니다.
보증
다른 사람이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믿고 책임을 함께 지겠다고 나서는 일.
기생
전통 사회에서 노래와 춤 등 예능을 담당하며 연회 등에 참여하던 여성.
여염
일반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나 그들의 생활 공간.
이 작품의 출처

박지원 · 《연암집 권8》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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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데이터포털 「한국문집총간_연암집(燕巖集)」 공개자료(2020-04-08, 이용허락범위 제한 없음)를 확인했습니다. 현대어 재구성과 해설은 미코리안에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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