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코리안 쉽게 읽는 고전
민옹전
한문 원작을 바탕으로 AI의 도움을 받아 새로 구성한 이야기입니다. 공식 번역이나 문장별 대역이 아니며, 원문의 세부 표현은 한문 원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민옹은 남양 사람으로 이름은 유신이었다. 젊어서 군대에 나가 공을 세우고 첨사라는 벼슬을 받았으나, 집으로 돌아온 뒤에는 다시 벼슬하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옛사람들의 특별한 행적을 좋아했다. 일곱 살에는 그 나이에 남의 스승이 되었다는 항탁의 일을 벽에 적었고, 나이가 들 때마다 자기 또래의 옛사람이 이룬 일을 덧붙였다. 스스로를 일깨우는 글씨로 벽이 검어졌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도 이름을 떨칠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일흔 살이 되었을 때 아내는 올해도 벽에 검은 글씨를 쓸 것이냐며 놀렸다. 민옹은 오히려 반가워하며 먹을 갈라고 하고, 늙어서도 계책을 품었던 범증의 일을 적었다. 아내가 그 계책을 언제 쓸 것이냐고 묻자, 그는 여든에도 큰일을 한 여상을 생각하면 자신은 아직 젊은 동생 같다고 웃었다. 나이는 들었어도 해 보고 싶은 일에 대한 마음까지 접지는 않았다.
젊은 박지원이 오래 앓으며 마음이 답답하던 때였다. 노래와 그림, 옛 물건을 가까이하고 손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도 좀처럼 기분이 펴지지 않았다. 누군가 민옹의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시원해진다기에 그를 청했다. 찾아온 민옹은 연주자의 부푼 뺨을 보고 성난 얼굴이라며 뺨을 치고 호통쳤다. 연주를 듣는 자리의 굳은 분위기까지 익살스럽게 꼬집자 박지원은 크게 웃었다. 민옹은 문과 창을 열어 바람을 들이고 자리에 앉았다. 그때 그의 나이는 일흔셋이었다.
박지원은 밥맛이 없고 밤에 잠을 못 잔다고 털어놓았다. 민옹은 오히려 축하하는 몸짓을 했다. 가난한 집에서 적게 먹으니 재물을 아낄 수 있고, 밤에도 깨어 있으니 남보다 두 배의 시간을 사는 셈이라는 농담이었다. 밥상이 왔는데도 박지원이 음식만 고르며 먹지 않자, 민옹은 손님을 불러 놓고 주인 혼자 먼저 먹는다며 떠나려 했다. 박지원이 급히 그의 상을 차리게 하자 민옹은 사양하지 않고 시원하게 먹었다. 그 모습을 보던 박지원도 어느새 침이 돌고 밥을 먹게 되었다.
밤이 되자 민옹은 말없이 눈을 감고 앉았다. 심심해진 박지원에게 이번에는 서로 처음 보는 책을 몇 번 읽고 외우는 내기를 제안했다. 둘은 책장에서 『주례』를 꺼내 서로 다른 부분을 맡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민옹이 벌써 다 외웠다고 하자 박지원은 놀라며 더 기다려 달라고 했다. 그러나 조급해질수록 글은 잘 들어오지 않았고, 끝내 졸음이 밀려와 잠들었다. 다음 날 외운 글을 기억하느냐고 묻자, 민옹은 애초에 외우지 않았다고 웃었다.
여러 사람이 모인 밤에는 민옹을 말문 막히게 하려는 질문이 이어졌다. 귀신을 보았느냐고 하자 그는 등불 뒤 어둠에 앉아 남을 살피던 손님을 가리켰다. 신선은 누구냐는 물음에는 세상살이가 싫은 가난한 사람을 떠올렸다. 가장 오래 산 이를 묻자 토끼와 두꺼비의 나이 다툼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았다. 그 이야기의 끝에는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 있었다. 책을 통해 수많은 시대의 흥망을 겪으니, 한평생에 담긴 시간이 누구보다 길다는 뜻이었다.
가장 좋은 맛을 묻는 질문에는 다른 온갖 맛을 살려 주는 소금을 들었다. 죽지 않게 하는 약을 아느냐고 하자, 자신이 진귀한 약만 먹다가 굶어 죽을 뻔했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그를 살린 것은 이웃 노파가 먹인 밥이었다. 민옹은 자신도 아침저녁으로 그 밥을 먹으며 칠십여 년을 살아왔다고 했다. 가장 무서운 것이 무엇이냐는 물음에는 잠시 침묵한 뒤 자기 자신을 들었다. 마음을 경계하지 않으면 눈과 혀와 팔다리가 남과 자신을 해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어느 날 누군가 황해도에 메뚜기 떼가 생겨 관청에서 백성들에게 잡으라고 한다는 말을 전했다. 민옹은 작은 벌레보다 더 걱정스러운 메뚜기를 종로에서 보았다고 했다. 키가 일곱 자나 되고 사람처럼 몰려다니며 곡식을 축내는 무리였다. 그들을 잡으려 해도 담을 큰 바가지가 없는 것이 문제라는 말에 사람들은 놀랐다. 그의 농담은 듣는 이를 웃기면서, 남이 생산한 것을 소비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박지원도 글자를 쪼개는 수수께끼로 민옹을 놀리곤 했다. 민옹은 자신을 늙은 개에 빗댄 말을 알아듣고도 글자의 모양을 다시 짜서 칭찬으로 돌려놓았다. 그는 짓궂고 거침없는 말을 했지만 성품은 곧았고 좋은 일을 즐겼다. 『주역』과 『노자』를 좋아했으며 여러 책을 두루 읽었다. 그가 세상을 떠난 뒤, 다시 병이 깊어진 박지원은 이제 찾아달라고 할 수 없는 노인을 생각했다. 웃음과 문답을 적어 그를 기억하며, 끝내 세상에서 뜻을 펼치지 못한 사람의 삶을 애도했다.
한국문집총간 · 연암집 권8
閔翁傳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의 한문 원문입니다. 읽기 편의를 위해 문단을 나눴습니다. 이체자·교감 정보와 원본 이미지는 아래 공식 출처에서 확인하세요.
閔翁者。南陽人也。戊申軍興從征功授僉使。後家居。遂不復仕。
翁幼警悟聰給。獨慕古人奇節偉跡。慷慨發憤。每讀其一傳。未甞不歎息泣下也。
七歲大書其壁曰。項槖爲師。十二。書甘羅爲將。十三。
書外黃兒遊說。十八。益書去病出祈連。二十四。書項籍渡江。
至四十。益無所成名。乃大書曰孟子不動心。年年書益不倦。壁盡黑。
及年七十。其妻嘲曰。翁今年畵烏未。翁喜曰。若疾磨墨。
遂大書曰范增好奇計。其妻益恚曰。計雖奇將幾時施乎。翁笑曰。昔呂尙八十鷹揚。
今翁視呂尙猶少弱弟耳。歲癸酉甲戌之間。余年十七八。病久困劣。留好聲歌。
書畵古釖。琴彛器諸雜物。益致客。俳諧古譚。慰心萬方。
無所開其幽鬱。有言閔翁奇士。工歌曲。善譚辨。俶恠譎恢。
聽者人無不爽然意豁也。余聞甚喜。請與俱至。翁來而余方與人樂。翁不爲禮。
熟視管者。批其頰大罵曰。主人懽。汝何怒也。余驚問其故。
翁曰。彼瞋目而盛氣。匪怒而何。余大笑。翁曰。
豈獨管者怒也。笛者反面若啼。缶者嚬若愁。一座默然。若大恐。
僮僕忌諱笑語。樂不可爲歡也。余遂立撤去。延翁坐。翁殊短小。
白眉覆眼。自言名有信。年七十三。因問余君何病。病頭乎。
曰不。曰病腹乎。曰不。曰然則君不病也。遂闢戶揭牖。
風來颼然。余意稍豁。甚異昔者也。謂翁吾特厭食。夜失睡。
是爲病也。翁起賀。余驚曰。翁何賀也。曰君家貧。
幸厭食。財可羡也。不寐則兼夜。幸倍年。財羡而年倍。
壽且富也。須臾飯至。余呻蹙不擧。揀物而嗅。翁忽大怒。
欲起去。余驚問翁何怒去也。翁曰。君招客。不爲具。
獨自先飯。非禮也。余謝留翁。且促爲具食。翁不辭讓。
腕肘呈袒。匙箸磊落。余不覺口津。心鼻開張。乃飯如舊。
夜翁闔眼端坐。余要與語。翁益閉口。余殊無聊。久之翁忽起。
剔燭謂曰。吾年少時。過眼輒誦。今老矣。與君約生平所未見書。
各默涉三再乃誦。若錯一字。罰如契誓。余侮其老曰諾。卽抽架上周禮。
翁拈考工。余得春官。小閒。翁呼曰。吾已誦。
余未及下一遍。驚止。翁且居。翁語侵頗困。而余益不能誦。
思睡乃睡。天旣明。問翁能記宿誦乎。翁笑曰。吾未甞誦。
甞與翁夜語。翁弄罵坐。客人莫能難。有欲窮翁者。問翁見鬼乎。
曰見之。鬼何在。翁瞠目熟視。有一客坐燈後。遂大呼曰。
鬼在彼。客怒詰翁。翁曰。夫明則爲人。幽則爲鬼。
今者處暗而視明。匿形而伺人。豈非鬼乎。一座皆笑。又問翁見仙乎。
曰見之。仙何在。曰家貧者仙耳。富者常戀世。貧者常厭世。
厭世者非仙耶。翁能見長年者乎。曰見之。吾朝日入林中。蟾與兎爭長。
兎謂蟾曰。吾與彭祖同年。若乃晩生也。蟾俛首而泣。兎驚問曰。
若乃若悲也。蟾曰。吾與東家孺子同年。孺子五歲乃知讀書。生于木德。
肇紀攝提。迭王更帝。統絶王春。純成一曆。乃閏于秦。
歷漢閱唐。暮朝宋明。竆事更變。可喜可驚。吊死送往。
支離于今。然而耳目聰明。齒髮日長。長年者乃莫如孺子。而彭祖乃八百歲。
蚤夭閱世。不多更事。未久吾是以悲耳。兎乃再拜郤走曰。若乃大父行也。
由是觀之。讀書多者。最壽耳。翁能見味之至者乎。曰見之。
月之下弦。潮落步土。耕而爲田。煑其斥鹵。粗爲水晶。
纖爲素金。百味齊和。孰爲不鹽。皆曰善。然不死藥。
翁必不見也。翁笑曰。此吾朝夕常餌者。惡得而不知。大壑松盤甘露。
其零入地千年。化爲茯霛。蔘伯羅產。形端色紅。四體俱備。
雙紒如童。枸杞千歲。見人則吠。吾甞餌之。不復飮食者。
葢百日。喘喘然將死。鄰媼來視歎曰。子病饑也。昔神農氏甞百草。
始播五糓。夫效疾爲藥。療饑爲食。非五糓。將不治。
遂飯稻粱而餌之。得以不死。不死藥。莫如飯。吾朝一盂。
夕一盂。今已七十餘年矣。翁甞支離其辭。遷就而爲之。莫不曲中內含譏諷。
葢辯士也。客索問。無以復詰。乃忿然曰。翁亦見畏乎。
翁默然良久。忽厲聲曰。可畏者莫吾若也。吾右目爲龍。左目爲虎。
舌下藏斧。彎臂如弓。念則赤子差爲夷戎。不戒則將自噉自齧自戕自伐。是以聖人克己復禮。
閑邪存誠。未甞不自畏也。語數十難。皆辨捷如響。竟莫能窮。
自贊自譽。嘲傲旁人。人皆絶倒。而翁顔色不變。或言海西蝗官。
督民捕之。翁問捕蝗何爲。曰是虫也。小於眠蚕。色斑而毛。
飛則爲螟。緣則爲蟊。害我稼穡。號爲滅糓。故將捕而瘞之耳。
翁曰。此小虫不足憂。吾見鍾樓塡道者皆蝗耳。長皆七尺餘。頭黔目熒。
口大運拳。咿啞偊旅。蹠接尻連。損稼殘糓。無如是曹。
我欲捕之。恨無大匏。左右皆大恐。若眞有是虫然。一日翁來余望而爲隱曰。
春帖子狵啼。翁笑曰。春帖子榜門之文。乃吾姓也。狵老犬。
乃辱我也。啼則厭聞。吾齒豁。音嵲兀也。雖然。
君若畏狵。莫如去犬。若又厭啼。且塞其口。夫帝者造化也。
尨者。大物也。著帝傅尨。化而爲大。其惟𢅛乎。
君非能辱我也。乃反善贊我也。明年翁死。翁雖恢奇俶蕩。性介直樂善。
明於易。好老子之言。於書葢無所不窺云。二子皆登武科未官。今年秋。
余又益病而閔翁不可見。遂著其與余爲隱俳詼。言談譏諷。爲閔翁傳。歲丁丑秋也。
余誄閔翁曰。嗚呼閔翁。可恠可奇。可驚可愕。可喜可怒。
而又可憎。壁上烏未化鷹。翁盖有志士。竟老死莫施。我爲作傳。
嗚呼死未曾。
한 걸음 더 읽기
웃음이 남긴 자리
민옹은 낯선 것을 묻는 질문을 익숙한 생활로 되돌립니다. 불사약은 밥으로, 가장 오래 산 사람은 책을 많이 읽은 사람으로 바뀝니다. 질문과 답 사이에 어떤 방향 전환이 있는지 찾아보세요. 예상 밖의 답을 듣는 순간, 대단한 이름에 가려졌던 일상의 가치가 새롭게 보입니다.
웃음을 만드는 행동이 모두 오늘의 독자가 그대로 따라 할 만한 것은 아닙니다. 연주자의 뺨을 치고 호통치는 장면에는 폭력과 무례함도 함께 있습니다. 작품 안에서 웃음이 생기는 이유를 살피되 그 행동을 생활의 정답처럼 받아들일 필요는 없습니다. 병을 앓는 화자와의 일화 역시 문학 속 관계와 회상의 장면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의 애도는 앞선 농담들을 다르게 들리게 합니다. 벽에 옛사람의 업적을 적던 노인은 평생 포부를 간직했지만 뜻을 펼칠 자리를 충분히 얻지 못했습니다. 작품을 다 읽고 첫머리로 돌아가 보세요. 사람을 웃게 하던 재주와 이루지 못한 삶 사이의 간격, 그 사람을 글로 남기려는 화자의 마음이 함께 드러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