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 한문 단편

민옹전閔翁傳

웃음으로 사람의 마음을 여는 노인, 민옹. 재치 있는 말 뒤에 오래 품은 포부와 그를 그리워하는 젊은 작가의 마음이 남습니다.

박지원은 자신을 찾아왔던 노인 민유신의 일화와 문답을 기록합니다.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말솜씨 속에는 공부, 생계, 자기 성찰과 세상에 대한 비판이 들어 있습니다. 마지막에는 그를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사람의 그리움이 드러납니다.

박지원 · 연암집 권8약 10분보통
해학재능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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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코리안 쉽게 읽는 고전

민옹전

한문 원작을 바탕으로 AI의 도움을 받아 새로 구성한 이야기입니다. 공식 번역이나 문장별 대역이 아니며, 원문의 세부 표현은 한문 원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민옹은 남양 사람으로 이름은 유신이었다. 젊어서 군대에 나가 공을 세우고 첨사라는 벼슬을 받았으나, 집으로 돌아온 뒤에는 다시 벼슬하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옛사람들의 특별한 행적을 좋아했다. 일곱 살에는 그 나이에 남의 스승이 되었다는 항탁의 일을 벽에 적었고, 나이가 들 때마다 자기 또래의 옛사람이 이룬 일을 덧붙였다. 스스로를 일깨우는 글씨로 벽이 검어졌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도 이름을 떨칠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일흔 살이 되었을 때 아내는 올해도 벽에 검은 글씨를 쓸 것이냐며 놀렸다. 민옹은 오히려 반가워하며 먹을 갈라고 하고, 늙어서도 계책을 품었던 범증의 일을 적었다. 아내가 그 계책을 언제 쓸 것이냐고 묻자, 그는 여든에도 큰일을 한 여상을 생각하면 자신은 아직 젊은 동생 같다고 웃었다. 나이는 들었어도 해 보고 싶은 일에 대한 마음까지 접지는 않았다.

젊은 박지원이 오래 앓으며 마음이 답답하던 때였다. 노래와 그림, 옛 물건을 가까이하고 손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도 좀처럼 기분이 펴지지 않았다. 누군가 민옹의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시원해진다기에 그를 청했다. 찾아온 민옹은 연주자의 부푼 뺨을 보고 성난 얼굴이라며 뺨을 치고 호통쳤다. 연주를 듣는 자리의 굳은 분위기까지 익살스럽게 꼬집자 박지원은 크게 웃었다. 민옹은 문과 창을 열어 바람을 들이고 자리에 앉았다. 그때 그의 나이는 일흔셋이었다.

박지원은 밥맛이 없고 밤에 잠을 못 잔다고 털어놓았다. 민옹은 오히려 축하하는 몸짓을 했다. 가난한 집에서 적게 먹으니 재물을 아낄 수 있고, 밤에도 깨어 있으니 남보다 두 배의 시간을 사는 셈이라는 농담이었다. 밥상이 왔는데도 박지원이 음식만 고르며 먹지 않자, 민옹은 손님을 불러 놓고 주인 혼자 먼저 먹는다며 떠나려 했다. 박지원이 급히 그의 상을 차리게 하자 민옹은 사양하지 않고 시원하게 먹었다. 그 모습을 보던 박지원도 어느새 침이 돌고 밥을 먹게 되었다.

밤이 되자 민옹은 말없이 눈을 감고 앉았다. 심심해진 박지원에게 이번에는 서로 처음 보는 책을 몇 번 읽고 외우는 내기를 제안했다. 둘은 책장에서 『주례』를 꺼내 서로 다른 부분을 맡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민옹이 벌써 다 외웠다고 하자 박지원은 놀라며 더 기다려 달라고 했다. 그러나 조급해질수록 글은 잘 들어오지 않았고, 끝내 졸음이 밀려와 잠들었다. 다음 날 외운 글을 기억하느냐고 묻자, 민옹은 애초에 외우지 않았다고 웃었다.

여러 사람이 모인 밤에는 민옹을 말문 막히게 하려는 질문이 이어졌다. 귀신을 보았느냐고 하자 그는 등불 뒤 어둠에 앉아 남을 살피던 손님을 가리켰다. 신선은 누구냐는 물음에는 세상살이가 싫은 가난한 사람을 떠올렸다. 가장 오래 산 이를 묻자 토끼와 두꺼비의 나이 다툼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았다. 그 이야기의 끝에는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 있었다. 책을 통해 수많은 시대의 흥망을 겪으니, 한평생에 담긴 시간이 누구보다 길다는 뜻이었다.

가장 좋은 맛을 묻는 질문에는 다른 온갖 맛을 살려 주는 소금을 들었다. 죽지 않게 하는 약을 아느냐고 하자, 자신이 진귀한 약만 먹다가 굶어 죽을 뻔했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그를 살린 것은 이웃 노파가 먹인 밥이었다. 민옹은 자신도 아침저녁으로 그 밥을 먹으며 칠십여 년을 살아왔다고 했다. 가장 무서운 것이 무엇이냐는 물음에는 잠시 침묵한 뒤 자기 자신을 들었다. 마음을 경계하지 않으면 눈과 혀와 팔다리가 남과 자신을 해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어느 날 누군가 황해도에 메뚜기 떼가 생겨 관청에서 백성들에게 잡으라고 한다는 말을 전했다. 민옹은 작은 벌레보다 더 걱정스러운 메뚜기를 종로에서 보았다고 했다. 키가 일곱 자나 되고 사람처럼 몰려다니며 곡식을 축내는 무리였다. 그들을 잡으려 해도 담을 큰 바가지가 없는 것이 문제라는 말에 사람들은 놀랐다. 그의 농담은 듣는 이를 웃기면서, 남이 생산한 것을 소비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박지원도 글자를 쪼개는 수수께끼로 민옹을 놀리곤 했다. 민옹은 자신을 늙은 개에 빗댄 말을 알아듣고도 글자의 모양을 다시 짜서 칭찬으로 돌려놓았다. 그는 짓궂고 거침없는 말을 했지만 성품은 곧았고 좋은 일을 즐겼다. 『주역』과 『노자』를 좋아했으며 여러 책을 두루 읽었다. 그가 세상을 떠난 뒤, 다시 병이 깊어진 박지원은 이제 찾아달라고 할 수 없는 노인을 생각했다. 웃음과 문답을 적어 그를 기억하며, 끝내 세상에서 뜻을 펼치지 못한 사람의 삶을 애도했다.

끝
낯선 말 풀이 5개
옹
나이 든 남자를 높여 부르는 말. 민옹은 민씨 노인이라는 호칭입니다.
첨사
군사 지휘를 맡던 관직인 첨절제사를 줄여 부르는 말.
황충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메뚜기류를 일컫던 말. 작품에서는 사람을 비판하는 비유로도 쓰입니다.
파자
한자의 모양을 여러 부분으로 나누거나 다시 합쳐 뜻을 만드는 말놀이.
해학
인물이나 상황의 우스운 면을 드러내 웃음 속에서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표현.
이 작품의 출처

박지원 · 《연암집 권8》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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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데이터포털 「한국문집총간_연암집(燕巖集)」 공개자료(2020-04-08, 이용허락범위 제한 없음)를 확인했습니다. 현대어 재구성과 해설은 미코리안에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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