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 한문 단편

예덕선생전穢德先生傳

스승은 분뇨를 나르는 엄행수를 벗으로 삼고, 제자는 그 사귐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사람을 존중하는 기준을 묻는 대화입니다.

분뇨를 나르는 엄행수를 벗으로 삼은 선귤자에게 제자가 항의합니다. 긴 대화는 사람의 직업과 마음가짐을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 것인지 묻습니다. 노동에 대한 존중과 각자의 분수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함께 나타나는 점도 살펴보세요.

박지원 · 연암집 권8약 8분입문
노동우정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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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코리안 쉽게 읽는 고전

예덕선생전

한문 원작을 바탕으로 AI의 도움을 받아 새로 구성한 이야기입니다. 공식 번역이나 문장별 대역이 아니며, 원문의 세부 표현은 한문 원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선귤자에게는 예덕선생이라 부르는 벗이 있었다. 그는 종본탑 동쪽에 살면서 날마다 마을의 분뇨를 져 나르는 사람이었다. 성은 엄씨였고, 사람들은 그를 엄행수라고 불렀다. 행수는 일꾼들 가운데 나이 든 이를 부르는 호칭이었다. 선귤자는 그의 덕을 칭찬하며 선생이라 높여 불렀다.

제자 자목은 그 사귐이 못마땅했다. 이름난 선비와 사대부 가운데 스승을 따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은데, 왜 하필 천한 일을 하는 엄행수와 벗하려 하느냐는 것이었다. 자목은 자신도 부끄러우니 문하를 떠나겠다고 했다. 선귤자는 웃으며 앉으라고 한 뒤, 사람을 사귀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선귤자는 사람들이 스스로 자랑스러워하는 곳을 교묘하게 알아내어 칭찬하면 쉽게 마음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상대의 아픈 곳은 건드리지 않고 듣기 좋은 말만 하는 방법이었다. 자목은 그것이 시정의 술수이자 남의 비위를 맞추는 일이라며 귀를 막았다. 그러자 선귤자는 자목이 진짜 부끄러워할 일이 바로 그런 사귐에 있다고 짚었다. 이익을 보고 가까워진 관계도, 아첨으로 이어진 관계도 오래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선귤자가 말하는 좋은 벗은 늘 얼굴을 맞대고 친한 티를 내는 사람만을 뜻하지 않았다. 마음으로 만나고 덕을 귀하게 여기면 멀리 떨어져 있어도 사귐은 이어질 수 있었다. 엄행수는 선귤자에게 자신을 알아 달라고 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선귤자 쪽에서 그의 생활을 보고 자꾸 칭찬하고 싶어 했다. 엄행수는 작은 초가에 살면서 아침이면 삼태기를 지고 마을로 들어가 더러운 것을 치웠다.

엄행수는 사람과 여러 짐승의 분뇨를 부지런히 모았다. 남들이 피하는 것을 보석처럼 귀하게 여겼으므로, 더 많이 거두어도 남의 몫을 빼앗는다는 원망을 듣지 않았다. 허리를 굽혀 일할 때에는 화려한 글이나 음악에도 한눈을 팔지 않았다. 왕십리의 무, 살곶이의 채소, 청파의 미나리 등 여러 밭에서 그의 거름을 썼다. 남들이 낮게 보는 일이 채소를 기르는 땅을 기름지게 만들고 그의 생계를 지탱했다.

살림살이는 소박했다. 아침저녁으로 한 그릇씩 밥을 먹었고, 고기를 권해도 배를 채우는 데에는 채소도 마찬가지라며 사양했다. 새 옷이나 소매 넓은 옷은 일을 하는 데 불편하다고 여겼다. 새해 첫날에는 옷과 신을 갖추어 이웃에게 인사했지만, 집에 돌아오면 다시 헌 옷으로 갈아입고 삼태기를 졌다. 칭찬이 그의 영광을 더하거나 비난이 그의 수치를 더하지 못했다.

선귤자는 여기서 각자의 처지와 분수를 지키며 살아야 한다는 생각까지 펼쳤다. 부귀를 부러워하여 자기 자리를 벗어나려는 욕망이 세상을 어지럽힐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큰 벼슬의 녹봉이라도 의롭지 않게 얻으면 깨끗한 것이 아니며, 힘들이지 않고 모은 재물에는 이름을 더럽히는 냄새가 남는다고 했다. 엄행수의 몸에 닿는 것은 더럽지만, 스스로 일하여 먹고사는 방법은 향기롭다고 평가했다.

선귤자는 자신이 생활의 불편을 견디기 어려울 때면 엄행수를 떠올린다고 말했다. 가난하다고 얼굴에 원망을 드러내고 뜻을 얻었다고 온몸으로 뽐내는 선비라면 그 앞에서 부끄러워할 일이라는 것이다. 선귤자에게 엄행수는 벗으로 낮추어 부르기조차 조심스러운, 배울 점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대신 예덕선생이라는 호칭을 붙였다고 설명하며 이야기를 마쳤다.

끝
낯선 말 풀이 4개
행수
이 작품의 원문에서는 일꾼들 가운데 나이 든 이를 부르는 호칭으로 풀이합니다. 엄행수의 엄은 성씨입니다.
선귤자
작품에서 제자에게 우정의 기준을 설명하는 인물의 호칭.
시교
이익을 따져 맺는 사귐을 가리키는 말.
면교
마음을 나누기보다 겉으로 맞추고 아첨하는 사귐을 가리키는 말.
이 작품의 출처

박지원 · 《연암집 권8》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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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데이터포털 「한국문집총간_연암집(燕巖集)」 공개자료(2020-04-08, 이용허락범위 제한 없음)를 확인했습니다. 현대어 재구성과 해설은 미코리안에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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