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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덕선생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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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귤자에게는 예덕선생이라 부르는 벗이 있었다. 그는 종본탑 동쪽에 살면서 날마다 마을의 분뇨를 져 나르는 사람이었다. 성은 엄씨였고, 사람들은 그를 엄행수라고 불렀다. 행수는 일꾼들 가운데 나이 든 이를 부르는 호칭이었다. 선귤자는 그의 덕을 칭찬하며 선생이라 높여 불렀다.
제자 자목은 그 사귐이 못마땅했다. 이름난 선비와 사대부 가운데 스승을 따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은데, 왜 하필 천한 일을 하는 엄행수와 벗하려 하느냐는 것이었다. 자목은 자신도 부끄러우니 문하를 떠나겠다고 했다. 선귤자는 웃으며 앉으라고 한 뒤, 사람을 사귀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선귤자는 사람들이 스스로 자랑스러워하는 곳을 교묘하게 알아내어 칭찬하면 쉽게 마음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상대의 아픈 곳은 건드리지 않고 듣기 좋은 말만 하는 방법이었다. 자목은 그것이 시정의 술수이자 남의 비위를 맞추는 일이라며 귀를 막았다. 그러자 선귤자는 자목이 진짜 부끄러워할 일이 바로 그런 사귐에 있다고 짚었다. 이익을 보고 가까워진 관계도, 아첨으로 이어진 관계도 오래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선귤자가 말하는 좋은 벗은 늘 얼굴을 맞대고 친한 티를 내는 사람만을 뜻하지 않았다. 마음으로 만나고 덕을 귀하게 여기면 멀리 떨어져 있어도 사귐은 이어질 수 있었다. 엄행수는 선귤자에게 자신을 알아 달라고 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선귤자 쪽에서 그의 생활을 보고 자꾸 칭찬하고 싶어 했다. 엄행수는 작은 초가에 살면서 아침이면 삼태기를 지고 마을로 들어가 더러운 것을 치웠다.
엄행수는 사람과 여러 짐승의 분뇨를 부지런히 모았다. 남들이 피하는 것을 보석처럼 귀하게 여겼으므로, 더 많이 거두어도 남의 몫을 빼앗는다는 원망을 듣지 않았다. 허리를 굽혀 일할 때에는 화려한 글이나 음악에도 한눈을 팔지 않았다. 왕십리의 무, 살곶이의 채소, 청파의 미나리 등 여러 밭에서 그의 거름을 썼다. 남들이 낮게 보는 일이 채소를 기르는 땅을 기름지게 만들고 그의 생계를 지탱했다.
살림살이는 소박했다. 아침저녁으로 한 그릇씩 밥을 먹었고, 고기를 권해도 배를 채우는 데에는 채소도 마찬가지라며 사양했다. 새 옷이나 소매 넓은 옷은 일을 하는 데 불편하다고 여겼다. 새해 첫날에는 옷과 신을 갖추어 이웃에게 인사했지만, 집에 돌아오면 다시 헌 옷으로 갈아입고 삼태기를 졌다. 칭찬이 그의 영광을 더하거나 비난이 그의 수치를 더하지 못했다.
선귤자는 여기서 각자의 처지와 분수를 지키며 살아야 한다는 생각까지 펼쳤다. 부귀를 부러워하여 자기 자리를 벗어나려는 욕망이 세상을 어지럽힐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큰 벼슬의 녹봉이라도 의롭지 않게 얻으면 깨끗한 것이 아니며, 힘들이지 않고 모은 재물에는 이름을 더럽히는 냄새가 남는다고 했다. 엄행수의 몸에 닿는 것은 더럽지만, 스스로 일하여 먹고사는 방법은 향기롭다고 평가했다.
선귤자는 자신이 생활의 불편을 견디기 어려울 때면 엄행수를 떠올린다고 말했다. 가난하다고 얼굴에 원망을 드러내고 뜻을 얻었다고 온몸으로 뽐내는 선비라면 그 앞에서 부끄러워할 일이라는 것이다. 선귤자에게 엄행수는 벗으로 낮추어 부르기조차 조심스러운, 배울 점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대신 예덕선생이라는 호칭을 붙였다고 설명하며 이야기를 마쳤다.
한국문집총간 · 연암집 권8
穢德先生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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蟬橘子有友曰穢德先生。在宗本塔東。日負里中糞。以爲業。里中皆稱嚴行首。
行首者。役夫老者之稱也。嚴其姓也。子牧問乎蟬橘子曰。昔者。
吾聞友於夫子曰。不室而妻。匪氣之弟。友如此其重也。世之名士大夫。
願從足下遊於下風者多矣。夫子無所取焉。夫嚴行首者。里中之賤人役夫。下流之處而恥辱之行也。
夫子亟稱其德曰先生。若將納交而請友焉。弟子甚羞之。請辭於門。蟬橘子笑曰。
居。吾語若友。里諺有之曰。醫無自藥。巫不己舞。
人皆有己所自善而人不知愍然。若求聞過。徒譽則近諂而無味。專短則近訐而非情。於是泛濫乎其所未善。
逍遙而不中。雖大責不怒。不當其所忌也。偶然及其所自善。比物而射其覆。
中心感之。若爬癢焉。爬癢有道。拊背無近腋。摩膺毋侵項。
成說於空而美自歸。躍然曰知如是而友可乎。子牧掩耳卻走曰。此夫子敎我以市井之事。傔僕之役耳。
蟬橘子曰。然則子之所羞者。果在此而不在彼也。夫市交以利。面交以諂。
故雖有至懽。三求則無不踈。雖有宿怨。三與則無不親。故以利則難繼。
以諂則不久。夫大交不面。盛友不親。但交之以心。而友之以德。
是爲道義之交。上友千古而不爲遙。相居萬里而不爲疎。彼嚴行首者。未甞求知於吾。
吾常欲譽之而不厭也。其飯也頓頓。其行也伈伈。其睡也昏昏。其笑也訶訶。
其居也若愚。築土覆藁而圭其竇。入則蝦脊。眠則狗喙。朝日煕煕然起。
荷畚入里中除溷。歲九月天雨霜。十月薄氷。圊人餘乾。皁馬通。
閑牛下。塒落鷄。狗鵝矢。笠豨苓。左盤龍。
翫月砂。白丁香。取之如珠玉。不傷於廉。獨專其利。
而不害於義。貪多而務得。人不謂其不讓。唾掌揮鍬。磬腰傴傴。
若禽鳥之啄也。雖文章之觀。非其志也。雖鍾皷之樂。不顧也。
夫富貴者。人之所同願也。非慕而可得。故不羡也。譽之而不加榮。
毁之而不加辱。枉十里蘿蔔。箭串菁。石郊茄蓏水瓠胡瓠。延禧宮苦椒蒜韭葱薤。
靑坡水芹。利泰仁土卵。田用上上。皆取嚴氏糞。膏沃衍饒。
歲致錢六千。朝而一盂飯。意氣充充然。及日之夕。又一盂矣。
人勸之肉則辭曰。下咽則蔬肉同飽矣。奚以味爲。勸之衣則辭曰。衣廣袖不閑於體。
衣新不能負塗矣。歲元日朝。始笠帶衣屨。遍拜其隣里。還乃衣故衣。
復荷畚入里中。如嚴行首者。豈非所謂穢其德而大隱於世者耶。傳曰。素富貴行乎富貴。
素貧賤行乎貧賤。夫素也者定也。詩云夙夜在公。寔命不同。命也者分也。
夫天生萬民。各有定分。命之素矣。何怨之有。食蝦醢。
思鷄子。衣葛羨衣紵。天下從此大亂。黔首地奮。田畝荒矣。
陳勝,吳廣,項籍之徒。其志豈安於鋤耰者耶。易曰。負且乘致寇。至其此之謂也。
故苟非其義。雖萬鍾之祿。有不潔者耳。不力而致財。雖埒富素封。
有臭其名矣。故人之大往飮珠飯玉。明其潔也。夫嚴行首負糞擔溷以自食。可謂至不潔矣。
然而其所以取食者至馨香。其處身也至鄙汚。而其守義也至抗高。推其志也。雖萬鍾可知也。
繇是觀之。潔者有不潔。而穢者不穢耳。故吾於口體之養。有至不堪者。
未甞不思其不如我者。至於嚴行首無不堪矣。苟其心無穿窬之志。未甞不思嚴行首。推以大之。
可以至聖人矣。故夫士也窮居。達於面目恥也。旣得志也。施於四體恥也。
其視嚴行首。有不忸怩者幾希矣。故吾於嚴行首師之云乎。豈敢友之云乎。故吾於嚴行首。
不敢名之。而號曰穢德先生。
한 걸음 더 읽기
벗을 알아보는 눈
자목과 선귤자는 같은 사람을 두고 서로 다른 근거로 말합니다. 자목에게는 직업과 신분이 먼저 보이고, 선귤자에게는 이익을 얻는 방법과 남을 대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두 인물이 엄행수를 평가하는 문장을 나란히 놓아 보세요. 존중할 대상을 정하는 기준이 바뀌면, 평범해 보이던 생활의 의미도 달라집니다.
엄행수의 일은 추상적인 칭찬에 그치지 않고 몸의 움직임과 도시 주변의 밭 이름을 통해 제시됩니다. 분뇨를 치우는 일이 채소를 기르는 일과 이어져 있습니다. 일하는 사람의 하루를 구체적으로 보여 주는 방식이 어떻게 설득력을 만드는지 살펴보세요. 작품은 깨끗함과 더러움이라는 말을 몸에 묻은 것에서 재물을 얻는 방식으로 옮겨 갑니다.
이 작품의 노동 존중과 분수에 대한 주장은 함께 읽어야 합니다. 엄행수의 덕을 높이면서도 각자가 정해진 자리에 만족해야 한다는 논리는, 오늘의 독자에게 서로 다른 질문을 남깁니다. 이를 곧바로 현대적인 평등 선언으로 단정하기보다, 신분보다 사람됨을 보려는 시선이 어디까지 나아가고 어디에서 멈추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